사랑 운운하고 받은 의혹에 대한 해명ㅋㅋ
인팁에게 사랑은 덕질과도 같다. 연애? 딱히 관계없고 그 사람이 존재함에 감사함을 느끼고 이 한생 살아감에 힘을 얻는 건데
좀 딥하게 나가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를 몰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한평생 한명만 사랑한다는 게 순진한 생각 아닌가? 난 가능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상대방까지 그러길 바란다는 게 T로서 용납이 안됨. 근데 이렇게 말하면 너무 플라토닉이고.. 육체 매우매우 중요함
아무튼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아렌트가 제일 그 유형이지 않나 싶다. 비슷하게 인팁인 ㄴㅅ도 보부아르랑 사르트르 관계 좋다고 얘기했었는데 비슷한 결이 아닌가 싶고
사랑은 특정 대상에 대해 느끼는 애정, 감상적 형태가 아니라 정신에 감명을 주는 발자국 내지 지성적 행동이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만큼 그 대상에 대해 깊은 말을 하는 건 없다. 다시 말해, 사랑은 상대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길 바라는 것이다. ‘Amo: Volo us sis’, 즉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너이길 바라는 것이다.
아렌트는 늦은 나이에 하이데거와 재회한다. 나치즘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서슬퍼런 비난을 퍼붓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거리가 멀어지고, 절연을 한 상태였어도 연모의 마음만은 달라지지 않았던 듯싶다. 그러나 이때 아렌트는 미국에서 블뤼허와 결혼을 한 상태였고, 그래서 둘의 늦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에 블뤼허는 질투하기는커녕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그들더러 당신 애인을 조금도 질투하지 않는 남편이 여기 집에서 당신을 기다린다는 사실이나 질투하라고 해. 질투 대신 나만의 방식으로 진정 당신을 사랑하니까."
이 부부에게 결혼 생활의 주춧돌이었던 것은 궁극적으로 서로를 향한 충실함이 아니었다. 상대를 인정하고 아무 비밀도 만들지 않는 것이 그들에겐 항상 중요했다.
한나가 답장한다.
"서로를 향한 우리의 마음이 나날이 커졌고 우리의 발걸음도 조화를 이뤘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이 일치를 방해할 수 있는 건 없어. 활동적 삶을 포기한 채 오직 하나가 되어 스스로를 구속해야만 서로에게 충실한 것이라 믿는 어리석은 부부들은 인생을 함께 영위하지도 못할뿐더러 사실 인생이랄 것도 전혀 없어. 그렇게 위험하지만 않다면 언젠가 이 세상에 결혼이 진정 무엇인지 알려야 해."
한나가 생각한 결혼, 그 사랑은 상대만의 고독을 지켜주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비밀을 만들지 않고, 상대를 구속하지 않으며, 언제나 새로움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각자에게 생각을 위해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